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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와 나눔의 축제로 열린 농민명절 ‘백중(百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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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평택신문 │ 기사작성 2017-9-11 │ 조회16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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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달의 세시절기>

부처의 탄생·출가·성도·열반일과 함께 5대 명절
‘호미걸이·호미씻이·술멕이·풋굿·질먹기 등으로 불려
백중놀이로 술과 음식 장만해 즐거운 하루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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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7월15일, 오는 9월5일은 ‘백중’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백중을 앞두고 전국 사찰에서는 기도가 한창일 것이다. 예로부터 ‘효와 나눔의 축제’로 불리던 백중을 맞아 점점 사라져 가는 ‘효의 의미’와 ‘함께하는 소중함’을 되새겨 보자.

 

여름 휴한기 휴식취하는 ‘농민들의 여름 축제’

백중은 오랜 옛날부터 동아시아에서 행해진 의식인데, 효심 깊은 불자가 부모와 조상을 위해 해마다 7월15일 갖가지 음식을 차려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날이다. 많은 대중에게 공양하는 날이라 ‘백중(百衆)’, 많은 음식을 공양해서 ‘백종(百種)’, 안거가 끝나는 날이라 ‘백종(百終)’이라고 한다. 또한 세벌김매기가 끝난 후 여름철 휴한기에 휴식을 취하는 날로 농민들의 여름철 축제로 굳건하게 자리 잡았고,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으며 백중놀이를 즐기면서 하루를 보내던 농민명절이다.

백중(百中)의 이칭으로는 백중(白中), 백중(百衆), 백종(百種), 백종절(百種節), 중원일(中元日), 망혼일(亡魂日) 등이 있다. 민간에서는 백중(白中)이란 말로 통일되어 있다. 백중은 원래 불가에서 부처의 탄생, 출가, 성도, 열반일을 합한 4대 명절에 더해 우란분재(盂蘭盆齋)가 행해지는 5대 명절에 해당된다. 우란분(盂蘭盆)은 범어의 ‘Ullambana’를 음사(音寫)한 오람파라(烏籃婆拏)가 와전된 것이다.

‘망혼일’이라 해 죽은 어버이 혼을 부르기도

사실, 백중에 관한 기록들은 여러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17세기 김육(金堉)의 ‘송도지(松都志)’에 7월 15일을 ‘백종’이라 부르고 있다. 남녀가 주식(酒食)을 차려놓고 삼혼(三魂)을 부르며 우란분재의 고풍(古風)이라 했다. ‘송남잡지(松南雜識)’에서는 ‘百種·白中’을 병기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규합총서(閨閤叢書)’ ‘이운지(怡雲志)’ ‘용재총화’에는 ‘百種’으로만 명기된다.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는 7월 15일을 속칭 ‘백종’이라 부르며 백종에는 중들이 백 가지의 화과(花菓)를 갖추어서 우란분을 설치하고 불공한다고 했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백종절’이라고 하여, 중원일에 백종의 꽃과 과일을 부처님께 공양하며 복을 빌었으므로 그날의 이름을 ‘백종’이라 붙였다고 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는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를 그대로 인용해 ‘백종일’이라 불렀다. 사찰에서 행하는 우란분회와 달리 민간에서는 망혼일이라 하여 여염집에서 중원 달밤에 채소, 과일, 술, 밥을 갖추어 죽은 어버이 혼을 부른다고도 했다.

먹고, 마시고, 놀면서 하루를 보내는 날

백중은 한마디로 먹고 마시고 놀면서 하루를 보내는 날이다. 백중놀이는 두레먹기에서 두드러진다. 백중에 열리는 두레먹기야말로 두레일꾼들이 모처럼 노동의 피로를 풀어내는 축제였다. 백중놀이는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소 상이하게 나타나며, 호미걸이, 호미씻이, 술멕이, 풋굿, 질먹기, 진서턱(진세턱) 등이 대표적이다. 여름철 우물고사도 중요한 행사였는데 지역에 따라서 백중과 칠석에 혼재되어 나타나므로 칠석놀이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머슴들에게는 백중빔이라고 하여 새 옷을 장만해 주었으며, 모처럼의 휴가를 주어 백중장에서 즐기도록 했다.

호남 ‘들돌들기’, 경상 ‘힘발림’, 경기도 ‘호미걸이’

지역별로 살펴보면, 호남이나 호서지방은 들돌들기, 돌독들기, 등돌들기, 진쇠돌들기, 당산돌들기가 많으며, 경상도에서는 힘발림이라는 명칭도 쓰인다. 들돌을 두는 위치는 대개 여름철 노동의 피로와 더위를 피하는 휴식 장소이기도 한 당수나무 밑이다. 들돌의 주된 기능은 역시 7월 백중에 마을 청장년들이 시원한 나무 밑에 모여 힘을 겨뤄 장사를 뽑기 위한 것이다.

경기도 일원에서는 호미걸이가 많이 쓰였다. 호미걸이는 호미나 악기를 낭대(農旗)의 버레줄에 주렁주렁 걸어두는 의례다. 삼남에 호미걸이 명칭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경기 지역에 고유한 명칭으로 보인다. 8월 초순, 칠석, 백중 등 형편에 맞게 이루어졌다. 장소는 시원한 정자나무 아래나 마을이 바라다 보이는 탁 트인 산중턱이 많이 쓰였다. 백중놀이는 장터에서 별도로 열렸는데 순수한 의미에서의 백중놀이란 머슴들이 장터로 가서 노는 놀이를 뜻했다.

충청 ‘머슴날’, 전라 ‘술멕이’, 강원 ‘질먹기’

충청도에서는 백중보다 칠석날 두레먹기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충청 서해안과 내륙 모두에 걸쳐서 칠석이 중시되었다. 반면에 백중은 아예 머슴날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백중날 머슴에게 돈도 주고 무명으로 여름 한복을 한 벌씩 해 주었기에 새 옷 입고 장에 나가서 술도 마시고 하루를 즐겼다. 

전라도에서는 술멕이와 풍장놀이, 장원례 등으로 부르는데 술멕이는 글자 그대로 ‘술먹는날’이란 뜻이다. 충남과 전북의 경계선인 금강을 기점으로 술멕이의 경계선이 그어진다. 따라서 남도에서 쓰인 풍습이 북상하다가 금강 유역에서 멈춘 것으로 보인다. 술멕이날은 마을풍물패가 동원돼 당산굿을 쳤으며, 술과 음식을 장만해 동네잔치를 벌였다. 술멕이날이 다가오면 사전에 도로닦기, 잡초제거 같은 대청소도 이루어졌다.

강원도의 질먹기에서 질은 김매기의 ‘김’에서 나온 말이다. 김매기를 끝내고서 잔치를 먹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여느 지방과 마찬가지로 음력 7월 15일 백중날 질을 먹는다. 마을의 시원한 솔밭이나 성황당 마당 같은 곳에 모여서 김매기 노동의 결산을 먼저 한다. 이날은 ‘머슴의 생일’이라고 하여 머슴살이하는 고용인들에게 주인집에서 상을 차려낸다. 하루 종일 먹고 마시면서 피로를 풀어내는 방식은 다른 지방과 다를 게 없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으나 예로부터 우리네는 일 년에 두 차례 거대한 농민축제가 존재했다. 겨울철 휴한기인 정월대보름과 여름철 휴한기인 7월 백중이 그것이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삶의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남은 건 가진 자들의 도를 넘는 ‘갑’질과 나 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치열한 경쟁뿐임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료출처=한국의 두레1·2  (주강현, 집문당, 1997)
자료정리=이보용 기자 bylee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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