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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내면의 향기로 바른 삶 일깨우는 추분(秋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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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평택신문 │ 기사작성 2017-9-25 │ 조회15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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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달의 세시절기>

 

중용·내면의 향기로 바른 삶 일깨우는 추분(秋分)
태양이 황경 180도 추분점 통과할 때 일컬어
추분에 부는 바람 보고 이듬해 농사 점치기도
향기향(香)=벼(禾)가 햇살(日)에 익어 가는 것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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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은 여름과 가을이 나뉘는 계절의 분기점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기에 중용(中庸)의 덕을 갖춘 계절이라 하여 옛날에는 추분에 저울이나 됫박 등 도량형 도구들을 손질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햇살은 여전히 따갑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기운이 완연해 가을을 실감케 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9월을 보내며, ‘가을의 전령사’ 추분의 의미와 함께 다가오는 겨울맞이를 생각해보자.

낮과 밤의 길이 같은 계절의 분기점

추분은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이다. 추분(秋分)은 양력 9월 23일 무렵으로, 음력으로는 대개 8월에 든다. 이날은 추분점(秋分點)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황경 180도의 추분점을 통과할 때를 말하기도 한다.
추분점은 황도와 적도의 교차점 안에 태양이 적도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해 가로지르는 점을 말한다. 곧 태양이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으로 적경(赤經), 황경(黃經)이 모두 180도가 되고 적위(赤緯)와 황위(黃緯)가 모두 0도가 되는 지점이다.


추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므로 이날을 계절의 분기점으로 의식한다. 곧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추분과 춘분은 모두 밤낮의 길이가 같은 시기지만 기온을 비교해보면 추분이 약 10도 정도가 높다. 이는 여름의 더위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추분에는 벼락이 사라지고 벌레는 땅속으로 숨고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또 태풍이 부는 때이기도 하다.

수명장수 기원하는 ‘노인성제’ 시행

추분을 즈음해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목화를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리며 그 밖에도 잡다한 가을걷이 일을 한다.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도 이맘때 거두고 산채를 말려 묵나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추분에는 국가에서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때부터 시행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소사(小祀)로 사전(祀典)에 등재되었다.
추분에 부는 바람을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도 있다. 이날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해 대풍이 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추분이 사일(社日) 앞에 있으면 쌀이 귀하고 뒤에 있으면 풍년이 든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건방이나 손방에서 불어오면 다음해에 큰 바람이 있고 감방에서 불어오면 겨울이 몹시 춥다고 생각한다. 또 작은 비가 내리면 길하고 낭이 개면 흉년이라고 믿는다.

농부의 땀내로 삶의 본질 찾던 선인들의 지혜

옛사람들은 추분에는 우레 소리가 비로소 그치게 되고 동면할 벌레들은 흙으로 구멍을 막으며 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했다. 들판은 날로 노란색을 더해 가며 벼들이 익어 가고 산에서는 밤이며 도토리·상수리가 여물어 간다.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하늘은 높고 푸르니 그야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농가월령가’에서는 이 계절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백곡을 성실하고 만물을 재촉하니, 들 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일 공생한다. 백곡이 이삭 패고 여물 들어 고개 숙여 서풍에 익은 빛은 황운이 일어난다’

들녘의 벼들은 따가운 햇살 속에 머리를 숙인다. 넘실대는 황금빛 물결은 농부의 피땀으로 모진 여름 장마와 비바람을 이겨내고 일궈낸 것이기에 아름다움 이상의 감동을 준다. 추수가 다가오면 피사리를 해야 한다. 여물기 시작하는 벼들 사이로 삐죽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피들을 뽑아 주어 온전한 알곡을 거둘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햇살을 머금고 익어 가는 들녘에서는 농부의 땀이 익어 가는 냄새가 난다. 한자로 ‘향기 향(香)’이라는 글자는 바로 벼(禾)가 햇살(日)을 머금고 익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렇게 익은 벼가 입으로 들어가 배가 부르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화(和)가 된다. 그저 눈으로만 확인하고 감동하는 현대인들에게 들녘에서 농부의 땀이 익어 가는 짙은 향기를 맡고 삶의 본질을 찾아낸 선인들의 지혜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갖가지 곡식들 잘 손질해 겨우살이 준비해야

추분 즈음에는 논두렁·밭두렁에 심은 콩들도 익어 가고 고추는 날로 붉은색을 더하니 볕 좋은 때에 따서 잘 말려야 한다. 노랗게 익은 큼지막한 호박과 탐스러운 박은 거두어 깎아 말려 호박고지, 박고지를 만들어 겨울을 나는 요긴한 반찬거리로 준비해야 한다. 고구마순도 거둬들이고 짬짬이 산에 올라 산채를 말려 묵은 나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들깨를 거두기 전에 깻잎을 따서 된장·간장에 저장해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것도 이즈음이다.


밤은 가을을 대표하는 과실이다. 뾰족한 가시로 무장한 송이가 벌어지며 드러나는 밤톨들은 그야말로 보석과 같이 아름답다. 간식거리가 넉넉지 않았던 농촌에서는 가을날 아침이면 아이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밤나무 밑으로 달려가 이슬을 헤치고 밤알을 줍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밤은 땅에 떨어져 썩어 새싹이 날 때도 여전히 그 두터 운 껍질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근본을 잊지 않는 덕이 있는 과일’로 여겨져 제사나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랐고, 조상을 모시는 위패도 대개 밤나무로 만들었다. 또 폐백을 드릴 때 대추와 밤을 시어머니가 양손에 가득 담아 며느리 치마에 던져 넣어 주는 풍습이 있다. 밤처럼 속이 가득 차고 대추씨처럼 단단하게 잘 여문 아들을 낳으라는 축원의 의미로 풀이한다. 

들판에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 들은 뜨거운 햇볕, 천둥과 큰비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하게 고개를 숙인다. 내공을 쌓은 사람이 머리가 무거워져 고개를 숙이는 것과 벼가 수많은 비바람의 세월을 견뎌 머리를 수그리는 것은 아마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추분을 지내며 중용의 과 내면의 향기를 통해 겸손을 생각하는 귀한 시간을 가져보자.  


자료출처=四時纂要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22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洪城의 民俗 (城文化院, 1994)

 

정리=이보용기자 bylee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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