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바기세상> 민족을 위해 선택한 친일(?) > 칼럼

본문 바로가기

  • 오피니언 opinion
칼럼

<또바기세상> 민족을 위해 선택한 친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평택신문 │ 기사작성 2017-3-17 │ 조회148회 │ 댓글0건

본문

<또바기세상>
민족을 위해 선택한 친일(?)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17년.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1월1일 자에 25세 청년 이광수가 쓴 소설 ‘무정’이 1면 연재에 들어갔다. (첫 회는 11면에 실림)
이 소설이 한국 문학사에 새로운 장을 연 최초의 ‘현대소설’이자 ‘장편소설’이다.
‘무정’의 주인공 이형식은 일본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으로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여주인공 박영채는 전통적 유교교육을 받은 여성이었으나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인물이며, 김선형은 신교육을 받았으면서도 수동적인 인물이다. 소설은 여러 사건과 내적인 갈등을 봉합하고 세 사람이 미국과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앞으로 교육가가 돼 조선 사람을 구제할 것을 다짐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 문학사에서 ‘무정’은 주인공 세 사람을 통해 격변기 조선사회의 봉건적 요소를 비판하고 새 시대를 향한 진취적인 모습을 제시한 계몽주의 소설로 분류된다.
소설 ‘무정’은 신소설의 과도기적 성격에서 벗어나 우리 문학사에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작품이다. 언문일치의 구어체 사용, 구체적이고 치밀한 서술을 비롯해 구성이나 대화, 장면묘사 등이 현대소설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글 소설의 주요 독차 층은 여성이나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무정’은 한글 소설을 무시하고 외면해온 남성 지식인들을 독자로 끌어들인 최초의 소설이었고, 당시 식민지 조선의 모든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진 주제는 ‘계몽의식’과 ‘반봉건의식’이다. 작품은 ‘민족의 각성’ ‘근대 문명에 대한 동경’ ‘교육의 중요성’ ‘자유연애’ ‘기독교 신앙’ ‘조혼문제의 심각성’ ‘남녀평등에 대한 인식’ 등을 드러냈다. 때문에 당시 젊은 층들은 이 작품으로 인해 식민지 조선에서의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새로운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무정’은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지만 ‘관념적 이상주의’로 흐르는 한계도 드러냈다. 이 소설에서 이광수가 내세운 민족주의는 민족의 ‘독립과 자주’ ‘자강’을 추구하는 ‘민족주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일제의 식민통치를 그대로 받아들인 채 계몽만을 내세웠다. 일본식 근대화를 모범으로 삼았고 거기서 친일의 논리가 나왔다. 이러한 이유로 이광수는 광복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는 옥고를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광수는 자신은 ‘민족을 위해 친일을 선택 했다’고 주장했다.

작금의 세태와도 다르지 않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건이 터지고 국민들은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화 된 채 조금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탄핵 당사자는 자신의 모든 행위가 ‘국민과 나라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한다. 결국 분노한 국민는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된 채 거리로 뛰쳐나와 ‘정의’와 ‘민주주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쳐 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목소리에 ‘새로운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치 일제의 식민통치를 그대로 받아들인 채 계몽만을 내세우던 ‘무정’의 스토리처럼 ‘시위만 있고 정의는 사라진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웃지 못 할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다. 서울광장에서 어르신 한 분이 인파에 밀려 뒤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구급대가 출동했는데, ‘어떻게 오셨냐?’는 구급대원의 질문에 경북 봉화에서 왔다는 할머니는 멍한 표정으로 “왜 왔는지는 잘 모르겠어. 서울 구경 간다기에 관광버스타고 그냥 온 거야”라고 말했단다. 앙상한 손가락으로 태극기를 굳게 잡고서 말이다.

‘반대’도 좋고 ‘탄핵’도 좋다. 누구나 나름의 생각과 주장을 가지고 있으니 반대의 의견이라고 해서 무조건 짓밟히는 수모를 겪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양측 모두 진실을 가려낼 수 있는 눈과 납득할만한 ‘이데올로기’를 변질시키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그보다 선행돼야 할 일은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지도층들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일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회 지도층들은 혜택 받은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그들에게 주어진 책임은 막중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말은 소설 속 이야기 일뿐, 현실에서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신문사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 경기도 평택시 이충동 448-10 7층|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다01161 Tel:031-663-1100
발행인: 이중희 / 사장: 박종근|창간일 : 2001년 9월 1일
Copyright© 2001-2013 IPTNEWS.KR ALL rights reserved.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