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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재미있는 우리말 어원> 엽기, 허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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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평택신문 │ 기사작성 2017-3-17 │ 조회10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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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재미있는 우리말 어원>

 엽기, 허걱


‘허걱’은 엽기의 의성어·감탄사다. 어떤 충격에 말문이 막힐 때 사용하는 의성어 ‘헉’ ‘억’ 두 가지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막 튀어나온 말이다. ‘허걱’은 이전까지 아무도 쓰지 않던 의성어인데 사이버 세상에서 의성어를 합성한 문어체 표현으로 쓰이던 것이 구어체로 변환돼 현실 속에 등장한 것이다. 탄생과정부터 엽기적이다.

‘엽기’도 사전적 의미(괴이한 것을 즐겨 찾아다님)와는 달라졌다. ‘잔혹하고 기괴한 것’이란 의미에서 ‘뭔가 색다르고 참신한 것’까지 포괄하는 의미, 오히려 후자가 더 자주 쓰이는 말로 바뀌었다.

이 모든 것들은 사이버 공간이라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왔다. 인터넷에서 ‘엽기’라는 이름으로 검색하면 수백 개의 관련 사이트가 등장한다. 훼손당한 시체처럼 그 자체로 끔찍한 사전적 의미의 엽기적 사진도 있고, 사람과 동물의 신체부위를 합성해 섬뜩하면서도 코믹한 그림도 있다.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한 재치가 돋보이는 재밋거리도 적지 않다. 심지어는 방귀소리를 모아놓은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미워하는 사람을 가상의 감옥에 집어넣고 고문 하는 놀이도 있다. 요즘 모두 ‘엽기’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허걱, 엽기다!”라는 아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 세대면 대부분 “에이, 뭐 이런 쓰레기 같은 걸”이라며 외면해 버릴만한 것들이다. 그러나 청소년은 물론 20대와 30대 초반에 이르는 젊은 세대들은 다르다.


기성세대들이 모르는 사이 엽기가 신세대 문화, 사이버 문화를 상징하는 코드가 된 셈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튀어나온 엽기가 기존 문화공간에서도 한창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장 민감한 분야은 광고다. 신세대를 겨냥한 광고에서 모델은 멍청한 표정으로 황량한 벌판에 서있거나 바다로 들어가기도 한다. 돌에 물을 주기도 하고, 손가락에서 파란 피를 흘리기도 한다.

기성세대들이 “뭐 저런 광고가 있어?” “저게 무슨 광고야”라며 투덜거리는 것들이 모두 엽기류다.

그러나 엽기는 어디까지나 하위문화의 영역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문화가 주류를 형성하기는 힘든 탓이다. 그래서 혹자는 “엽기는 신세대가 구세대와 스스로를 구분하는 구분 짓기”라고 규정한다. 신세대들의 경우 기존의 질서에 대한 반감에서 금기시돼온 하위문화에 몰두하고, 또 그럼으로써 기성세대와 다른 나름의 동질감을 찾는다는 것이다.


엽기류가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폭력과 광기가 엄연한 인간의 본능이고 성숙한 사회는 이 같은 저항 문화를 포용하는 다양성을 하위문화로 거느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출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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