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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용 기자의 또바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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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평택신문 │ 기사작성 2017-11-28 │ 조회2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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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받지 못한 죽음 ‘청년 고독사’

과거 대한민국은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 만큼 공동체 의식이 두드러졌던 정감어린 사회였다. 이러한 양상은 서방의 다른 나라들과는 차별화 된 한국인들만의 정서이자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의 현실은 과거와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 아내, 우리 남편, 우리 엄마, 우리 아들…’ 굳이 ‘우리’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아도 될 법한 상황에서도 ‘나’아닌 ‘우리’를 강조하며 함께 하는 삶을 중시했던 한국인만의 ‘그 것’은 사라지고 ‘내 것’만이 소중하고 ‘내 것’만을 위해 살아야할 ‘개인주의 사회’로 변모한지 오래다.

더욱 안타까운 건 사회가 변하고, 물질이 넘쳐나고,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날로 높아 가는대도 다른 곳을 바라보는 시야(視野)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앞 만 보고 내 달려야 그나마 밥 먹고 살 수 있으니, 본의 아닌 현실 속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그네들을 탓 해 뭣 하겠는가. 삶이 이러하니 ‘소통’은 사라진지 오래다. 죽음도 단절됐다. 이웃에 사는 누가 언제부터 보이지 않는지,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관심도 없고 알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고독사(孤獨死)’는 개인주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시신이 훼손될 정도로 부패된 상태에서 발견된 고독사는  1717건이고, 죽음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된 경우는 11천여 건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사망 후 유족을 대신해 유품을 정리해 주는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따로 생겨나거나 본인 스스로가 자신이 죽은 뒤 유품을 정리할 수 있도록 부탁하는 ‘유품정리 생전 예약 서비스’까지 존재한다고 하니 자식을 위해, 사회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며 삶을 희생했던 우리의 부모 세대는 누구의 배웅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고독사’는 독거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세대를 초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혼족’이라는 신세대 문화와 함께 20∼30대 젊은 층이 극복해야 할 새로운 고민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복지재단 분석을 살펴보면 2013년 서울에서 발생한 고독사 확실 및 의심사례는 총 2343건이며, 이 중 20대 102명, 30대가 226명으로 328명(14%)의 청년들이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은퇴 등의 이유로 사회에서 고립된 중·장년층의 주요 문제였던 고독사가 최근에는 20~30대까지 번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년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들이 많아지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지난 8월 기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9.4%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9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수의 청년들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사회적, 정신적으로 고립된 삶을 선택하는데 최소한의 인간관계마저 포기하고 불확실한 미래와 거듭된 실패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부산 연제구 원룸에 살던 29세 취업 준비생 A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취업에 실패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다 숨지기 두 달 전부터 가족들과 연락을 단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버지가 시신을 처음 발견했으나 발견 당시 시신의 부패가 너무 심해 사망 원인조차 밝히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한다.

또 홀로 자취를 하는 청년 직장인들과 비혼 주의자들이 늘어나면서 잠재적 고독사 위험군인 1인가구가 증가하는 것도 큰 원인이다. 우리나라 전체 1699만여 가구 중 27.2%인 539만여 가구가 1인가구이며, 이 중 20~39세 청년층의 1인가구수는 187만 8000여 가구로 전체 1인가구수의 35% 가량이 ‘청년 고독사’ 위험 군에 속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의 고독사 관련 정책이나 예방책은 ‘노인’에만 맞춰져 있다. 노인의 경우 노인복지법에 따라 ‘홀로 사는 노인에 대한 지원 조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독거노인 고독사 예방 조례’ 등이 마련 돼 있으나 청년 고독사에 대한 지원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청년 고독사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얼마 전 고독사 예방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역복지과 사회복지정책실장이 팀장을 맡고 건강정책국, 노인인구국, 복지행정국 등 4개국이 고독사 예방 TF에 참여해 발 빠른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젊은이들이 먹고 살 길이 없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책’이나 ‘대책 마련’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지없이 변화하는 ‘정책’ 따위는 신뢰를 잊은 지 오래다. 우리 아이들이 밝은 사회에서 꿈을 키우며 살아 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가 지켜내야 한다. ‘노인 고독사’가 ‘청년 고독사’로, ‘청소년’이나 ‘유년 고독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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