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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바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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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평택신문 │ 기사작성 2017-12-18 │ 조회68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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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바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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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내리던 날


지난 달 23일, 우여곡절 많았던 수능 시험이 드디어 개최되던 날, 평택에는 올 겨울 들어 ‘첫눈’이라는 이름을 내건 설경이 펼쳐졌다. 자료를 찾아보니 조선시대에는 ‘첫눈’이 ‘신설(新雪)’ 즉, ‘새눈’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렸다. 또한 새눈이 내리면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한 곳에 모여 임금님께 예를 표하는 ‘신설하례(新雪賀禮)’를 행했다.

그런가 하면 새눈과 관련된 재미있는 풍습이 있었으니, 이른바 ‘새눈 선물하기’가 그 것이다.

이 풍습은 고려 때부터 시작해 조선시대에도 행해졌는데, 새눈이 내리면 그 눈을 귀하게 포장해 약이 되는 보양식이라고 속여 지인들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었단다. 얼마나 정성스레 새눈을 포장했던지 보통 사람들은 귀한 선물을 받았다고 기뻐하는 마음이 너무 앞서 자주 속았다고 한다. 뜻밖의 선물에 잔뜩 기대하는 마음을 품고 풀어보면 그저 눈이 녹아 흐르는 맹물만 한 가득이었을 터이니 얼마나 황당한 일이었겠는가.

그 보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새눈 선물하기’ 장난에 속은 사람은 거하게 한턱을 내야 한다는 불문율까지 있었으니, 해마다 새눈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즐거운 상상하기에 빠진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후에는 새 눈을 약이라고 속여 보냈는데 이를 눈치 채지 못한 사람은 거하게 한턱을 내야하고, 장난임을 알고 심부름 온 사람을 잡아내면 보낸 사람이 도리어 한턱을 내야 하는 풍습이 더해졌단다. 자칫 겨울철 불청객으로 취급 받을 수도 있을 눈(雪)을 가지고도 이런 놀이를 즐길 줄 알았다니 우리네  조상들의 지혜와 해학은 가히 칭찬할 만 하다.

한편,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눈’이라는 것이 보는 사람들의 처지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을 터다. 문무백관을 넓은 궁궐 마당에 불러 모아 새해 풍년을 기원하는 신설하례의 눈은 축복일 것이요,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풋풋한 연인들에게도 그들의 만남을 빛내주는 하늘의 선물로 비춰질 것이다. 그러나 가난을 두 어깨에 짊어진 헐벗은 국민들에게는 엄동설한 추위와 배고픔을 예고하는 전조일 뿐이요, 군에 갓 입대한 이등병들에게는 드넓은 연병장을 아무리 치워도 또 다시 쌓이는 눈이 ‘하얀 쓰레기’로 비춰질 것이다.

조선시대 성군과 폭군을 구별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한 가지 방법은 엄동설한, 힘들게 살아가는 백성들을 얼마나 정성스레 살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조선의 대표적인 폭군으로 불렸던 연산군은 폭설이 내리는 날에도 수십 명의 기생을 옆에 끼고 술독에 빠져 술안주로 사용할 산짐승을 잡아오라며 백성들을 강제로 동원, 사냥몰이에 내몰아 많은 사람들이 동상에 걸리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현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정조는 수원 화산에 묻힌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는 일도 눈 내리는 겨울을 피했다고 한다. 임금의 능행으로 눈 쓸기에 동원된 백성들의 고생을 염려해서였다. 때문에 봄, 가을로 능행을 미루기 일쑤였다고 하니 그가 성군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설 먹이(歲食)’이라고 해서 추운 겨울, 먹을 것이 여의치 않은 백성들의 쌀독을 살피고 미리 국가에서 저리로 쌀을 빌려주며 걱정 없이 겨울을 나게 하는 ‘환곡(還穀)’을 자주 시행해 엄동설한을 견디는 백성들과 고통을 함께 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몇 해 전 겨울, 지인들과 함께 방문한 수원 화성 성곽의 눈은 차가움 보다 포근함이 더욱 느껴졌다.

우리는 내리는 눈을 보며 ‘눈이 온다’라고 표현한다. ‘온다’라는 어휘의 속에는 ‘나에게로’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올 겨울에도 첫눈이 왔다. 그리고 남은 겨울도 눈이 올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새눈’이 모두의 삶까지도 ‘새 삶’으로 만들어 주기를 희망하며, 소망 가득한 겨울나기에 도전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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