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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런세상> 아이들의 얼굴에 ‘달빛’을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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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평택신문 │ 기사작성 2017-2-17 │ 조회43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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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런세상>
아이들의 얼굴에 ‘달빛’을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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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보름달을 예사롭지 않게 생각했다. 특히 정월보름날은 ‘대보름’이라 부르며 달을 신비롭게 여기고 소원을 빌었다. 그러나 요즘 도시에서는 보름달을 제대로 보는 것이 그리 수월하지 않다. 높은 건물에 가리는가 하면, 방 안은 물론 골목까지 온통 전등불이 대낮같이 밝히고 있어 달빛이 비집고 들어 갈 틈이 없다.

설이 지날 때쯤부터 ‘며칠 있으면 보름달을 볼 수 있겠지’라고 마음먹었던 사람들도 텔레비전의 화려한 영상에 몰입하다보면 달맞이는 생각 너머로 사라지기 일쑤다. 거기다 날씨마저 궂으면 달과의 상면은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리 달맞이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날씨가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모두 핑계거리다. 아파트 단지를 몇 걸음 벗어나거나 눈앞의 재미에 대한 집착을 잠시만 내려놓는다면 환한 보름달이 웃으면서 맞아 줄 것이다.

하긴 필자 역시 남의 얘기를 할 처지가 못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월 대보름달을 제대로 못 본지 꽤 됐으니까 말이다. 올 정월 대보름날 밤엔 만사 제쳐두고 집 밖으로 나가 보름달을 만나보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어린 시절 달밤의 추억을 더듬어 볼 겸, 달님에게 간절하게 부탁할 말도 있다. 그러나 올해도 여지없이 허탕을 치고 말았다. 아쉽지만 어릴 적 정월 대보름날의 달밤 속으로 잠시 추억 나들이를 다녀오는 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들의 정월 대보름날 밤, 방문을 열면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손에 닿을 듯 웃고 있다. 방 안은 침침하지만, 보름달 아래 마을은 온통 달빛 세상이다.
아직은 찬 밤기운인데도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아이들은 고샅길을 따라 쏟아져 나온다. 달의 부름을 받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달을 닮아 있다.
각자의 집을 뛰쳐나온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한곳에 모인다.
칼싸움,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으로 마을 고샅은 한동안 온통 아이들 판이 된다.
달을 향한 기원은 안중에도 없다. 그것은 어른들의 몫이었으니까…

달이 중천에 닿고 밤이 깊어 가면 지치거나 실증이 난 아이들은 하나 둘 슬그머니 제 집으로 들어가고, 시끌벅적한 소리도 조금씩 잦아든다.
그러나 몇몇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빛 속을 방방 뛰어다니기도 한다. 보다 못한 어른들의 호통 소리를 듣고서야 아이들의 보름날 밤잔치는 끝이 난다. 이렇게 마지막 아이가 사라지고 나면 마을은 이내 고요 속으로 들어간다.
눈부신 달빛이 지붕 위로 호복(胡福)하게 쏟아지고, 고이 잠든 아이들도 보름달처럼 풍성한 꿈에 젖어든다. 

지금 생각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아련한 추억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의 얼굴에서 ‘달빛’이 사라졌다. 도시의 하늘이 별빛을 집어 삼킨 그 순간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별도, 달도 찾아 볼 수 없는 도시의 삶은 아이들의 얼굴에서 ‘빛’을 앗아갔다. 누구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이 시대 아이들에게 달은 ‘대학’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초·중·고를 거치는 12년의 고행 끝에 달에 닿아도 삶은 행복하지 않다. ‘빛’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달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칠흑 같은 밤이 있기에 달빛이 돋보인다는 사실을 숨긴 채 그저 눈에 보이는 반짝임만을 쫓아 살 게 했다.
기성세대들의 잘못이다.

 

평택에도 정월대보름맞이 행사들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무슨 의미로 행해지는 행사인지는 관심 없다. 사람들은 ‘친목’이라는 명목 하에 먹고, 마시기에 바쁘다. 정월대보름 달빛이 주는 의미는 안중에도 없다. 그저 옛것을 지키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해마다 사람들을 모으고 돈을 써댄다. 
물론, 얼굴 가득 달빛을 머금은 아이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가슴 아픈 일이다.
부디, 내년 대보름날은 아이들의 얼굴에 잃었던 달빛을 되찾아 줄 수 있는 그런 행사가 마련되기를 소원해 본다. 오늘 따라 그 시절, 그 달빛이 가슴 아리도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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