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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런세상> 결혼기피와 출산율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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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평택신문 │ 기사작성 2017-3-17 │ 조회433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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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런세상>
결혼기피와 출산율저하

 


한 때 결혼은 숭고한 ‘사랑의 결말’로써 좋거나 싫거나 함께 평생을 보내는 여러 가지 이유로의 ‘관례’ 같은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렇지만도 않다. 어린 나이부터 아름다운 독신을 꿈꾸는 이들이 있으며, 늦은 나이에 결혼 전제 없는 연예 생활을 즐기는 사례도 빈번하다.

한 연구 자료에 의하면 사랑은 가슴으로 하는 것 같지만 실은 호르몬의 작용이라서 사춘기 이전,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기 전에 뇌하수체를 다치거나 수술을 하게 되면 평생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단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결혼기피 현상은 그것과는 다르다. 밥벌이, 취미생활, 결혼의 부담, 자유, 인생의 목표, 개인적 트라우마나 신념 등 갖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 하나 사랑하기도 힘든 각박한 세상 속에 살고 있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결혼’도 이러한데 ‘출산’은 말해 뭣하겠는가.

교육 사상가 이만규 선생은 ‘이성에 대한 동경이 심각한 것을 연애라 하고, 연애가 심각해지면 결혼을 하며 결혼의 결과가 출산’이라는 말로 결혼의 조건은 ‘사랑’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혼인은 당사자의 선택으로 이뤄져야 하고 출산은 사랑의 결실이어야 한다는, 1930년대는 진보였을 이 말을 80여년이 지난 지금, 이 땅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연애하기도 쉽지 않고 결혼은 꿈도 못 꾸며, 출산은 남의 일 이라고 할 지 모른다. 그들은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이른바 ‘삼포세대’다. 전통적 가족 구성에 필요한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지칭하는 이 신조어가 낯설다기보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그저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얼마 전 국책 연구기관이 내놓은 ‘결혼시장 이탈계층 방지 대책’은 불쌍한 삼포세대들에게 더 큰 절망감만을 안겨 다 주었다. 특히 가뜩이나 우울한 젊은 여성들은 어이없고 황당함을 넘어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여성 채용 시 스펙을 쌓기 위한 휴학이나 연수, 자격증 취득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것을 막으면 취업 연령을 낮출 수 있고 자연스레 혼인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놀라운 각본이다. 또 다른 대책안은 그 황당함이 극에 달한다. 가상공간에서 배우자를 탐색할 수 있도록 정보기술을 개발, 대학에 보급하면 배우자를 찾는데 최신 IT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덜 든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학력·고소득 여성들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하향 선택하도록 유도하자는 기막힌(?) 대책안도 나왔다. 지나가는 개도 웃을 만한 이 ‘대책안’은 21세기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이 낸 세금을 수행한 연구라는 점에서 분노를 더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정부의 대책안 발표에 동물들의 짝짓기 비교보다 더 한 모욕을 느낀 젊은이들은 지금도 그네들의 대책을 비웃으며, 함께 할 반려동물을 물색하고 다닐 지도 모른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이 성차별적 보고서에서 여성의 몸은 생산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히 고학력·고소득 여성에게 저출산 문제를 떠넘긴 행태는 관료적 사고에 의한 뿌리 깊은 여성혐오를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백 번 양보해서, 출산율 저조가 많이 배우고 직업의식 뚜렷한 여성들이 늘어난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이유는 어려운 경제로 인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이 행복한 일이라고 아무리 떠들어 대도 아직은 여성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과거 우리 어머니들처럼 꾹 참고 모든 걸 받아들이는 여성은 없으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결혼과 출산에 관해 여성을 인식하는 방법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크게 다른 것 같지가 않다. 능력 있는 여성들은 결혼 후에 부과되는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으로 사회적인 경력이 단절될까 봐 결혼을 기피한다. 이쯤 됐으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억지로 결혼시키는 방법 찾기에 주력하기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 내야 한다. 사람을 ‘삶’으로 보지 않고 결혼과 출산율이라는 ‘숫자’로 보는 한, 이 시대 젊은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다.

작년 말 취업포털사이트인 ‘사람인’이 20~30대 성인남녀 9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포기했던 것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75.7%가 ‘포기한 것이 있다’고 응답했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 중 평균 4.5개를 포기하고 있었는데 여가활동, 결혼, 연애, 꿈과 희망, 내 집 마련, 출산 등 포기한 대부분이 ‘삶 자체’라 할 만한 것들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경쟁해서 명예와 부를 축적하는 이유가 그들이 포기했다던 바로 ‘그 것’들을 얻기 위함인데, 돈을 벌기 위해 정작 ‘그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코미디 같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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