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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이 좋다> 평택거북놀이보존회 정덕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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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평택신문 │ 기사작성 2017-7-7 │ 조회184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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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 아닌, ‘우리 것’에 미쳐 산다!
=평택거북놀이 보존회 정덕근 회장
사라지는 마을의 소중한 문화유산 “두고 볼 수 없어”
놀이와 풀이, 씻김과 제(祭)의식 녹아 있는 거북놀이
장수와 정화, 액 막음·화합 통해 새로운 미래 희망
시와 문화원, 평택시민 모두 나서 ‘문화제’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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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오랜 세월동안 비합리적이라 비난받아 왔던 민간전승에 기대어 살아 왔다. 스위스의 분석 심리학자 융의 말대로 신화를 통해 인류의 원초적인 집단무의식을 발견하고, 원시사회 연구를 통해 현대와의 연관성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것을 ‘문화’라 부르며, 옛것을 재현하고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옛것…. 우리가 매일매일 살아가는 현실과 동떨어진 영역으로 보일지 모르나 실상은 ‘현대인들에게 행위의 모델이 되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여기, 일생을 바쳐 옛 추억을 떠올리려 기억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평택거북놀이보존회의 정덕근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거북놀이…평택과 함께 이어온 ‘지역민들의 삶’

3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도 인터뷰에 응하는 그의 얼굴이 온화하고 평안해 보였다. 짧은 인사 끝에 자리에 앉은 정회장은 ‘평택거북놀이’라는 기자의 말에 반색했다. 그만큼 애정이 있었던 때문일까. ‘거북놀이’라는 말만으로도 흥분됨을 감추지 못했다. 영락없이 자식을 자랑하고픈 부모의 모습이었다.


정 회장은 소리꾼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레 국악과 농악 등 우리 것을 접하며 자랐다고 한다. 소리를 배우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으나 아버지와 달리 소리꾼의 삶에 소질이 없음을 깨달아 장구와 꽹과리 등 타악기를 전공했다. ‘피는 속일 수 없다’는 옛말이 적중해서일까. 그 뒤로도 농악과 국악,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어린 시절 추석이 되면 수수 잎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마을을 돌며 한바탕 신명나게 놀아대던 거북놀이였다. 그때부터다. 돈도 되지 않는 일을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 다닌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마을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져 간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거북놀이는 춤과 공연, 노래와 재담을 겸비한 종합예술이며, 평택과 함께 이어온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이다. 그런 문화도 지켜내지 못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아우성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나기도 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평택거북놀이를 향한 애틋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정책·담당자 바뀔 때마다 변하는 관심, 안타까워

정 회장은 사비를 들여서라도 지켜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방아도 견뎌내야 했다. 세상 모두가 제 식구 먹여 살리기에 급급한 때에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문화제 지킴이를 자청하고 나섰으니 그 길을 걷기 위한 외로움이 우죽 했겠는가. 죽도록 노력했다. 시청과 도청, 문화원 등을 뛰어 다니며 설득했고 뜻이 맞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고증에 나섰다. 그러기를 수 년, 하늘이 감동한 탓인지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택거북놀이가 2013년 경기도 민속예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뒤이은 겹경사도 일어났다. 2014년 전국대회에서는 ‘은상’을 거머쥐었다. 큰 대회에 입상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와 도, 문화원 등에서 적지만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 발전은 없었다. 정책이 바뀌고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관심도, 지원도 달라지기 일쑤이니 공연을 확대하는 일도,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 고증하는 일도 개인의 힘으로는 버거울 따름이다.

혼자 아닌 ‘함께하는 세상’ 일깨워준 거북놀이

그에게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계속 하는 이유를 물었다. “어릴 적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수수 잎으로 만든 거북이 옷을 잃어버리고, 달빛을 보며 울고 있으면 동네 청년들이 울음을 달래주며 다시 옷을 만들어 주곤 했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힘이 생긴다.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왜 아니겠는가. 본디 우리민족은 ‘함께, 어울리며’ 살아오던 종족이 아니던가. 한(恨)을 신명으로 달래고, 정성으로 재수를 비는 소박하지만 강인한 민족이었으니 놀이와 풀이, 씻김과 제의식이 함께 녹아 있는 거북놀이가 인상 깊게 박혀 있음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과거 평택은 농경 중심의 지역이었다. 때문에 풍년과 무병장수,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추수가 끝난 추석을 기해 거북놀이를 통한 축제를 벌였을 것이다. 느리지만 한결같은 거북이의 우직함과 장수(長壽), 물의 기운인 정화, 수수의 붉은 빛이 내뿜는 액 막음, 떡메와 우물이 갖는 화합과 생명을 기원하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를 희망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 평택에 가장 필요한 문화이며 자랑거리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평택도 많이 변했다. 아직도 농사짓는 사람들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산업화, 공업화되어 그야말로 ‘국제도시’로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 이때, 우리의 옛 것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문화 역시 시대에 맞는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평택거북놀이는 지금, 평택에 가장 어울리고 적합한 문화예술이요, 자랑거리임에 틀림없다.


평택거북놀이에는 ‘화합’과 ‘소통’ ‘신명’과 ‘기원’ ‘씻김’이 함께 녹아 있다. 해마다 외지인과 외국인들이 유입되고, 점점 개인화 되어가는 삭막한 세상에서 춤과 노래, 음악과 재담을 활용한 놀이만큼 기막힌 ‘소통의 장’이 또 있을까….

정 회장은 말한다.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와 문화원, 나아가 평택시민 모두가 나서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거북놀이를 문화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얼마 전부터 평택에 마땅한 문화거리가 없음을 한탄하는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것조차 지켜내지 못하면서 다른 것에 기웃되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보용 기자 bylee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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