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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입력해 새로운 미래를 출력한다-(사)소리사위예술단 백은희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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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평택신문 │ 기사작성 2017-12-18 │ 조회1,02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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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입력해 새로운 미래를 출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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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리사위예술단 백은희 예술감독>

 

한국의 춤사위 전하는 ‘문화외교관’ 예고
명무(名舞)의 딸로 전통무용 계보 잇고 파
예술을 넘어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 펼쳐
춤은 삶을 표현하는 몸짓이자 무언의 간절함

 

 

바야흐로 한국 문화의 시대이다. 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있던 서양 문화의 열풍은 잠잠해지고 최근 몇 년 사이 K-POP을 필두로 한 한류열풍,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앞 다투어 나타나고 있다.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 우리의 옛 것에 관심이 많아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전통의 계승이 왜 필요한지, 이유도 모른 채 시류에 맞춰 기계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행처럼 번지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지나 않을지 본질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전통을 잇는다’는 건 단순히 외형적 답습만을 일컬음이 아닐 것이다. 그 시대, 그 공간 속에 살아 있는 정신적 맥락을 투영해 우리의 삶에 반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자칫, ‘예술’이라는 빚 좋은 허울을 앞세워 ‘넋(魂)’ 빠진 자존심만 지키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소리사위 예술단 백은희 예술 감독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적어도,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무(名舞)’ 고희자 선생의 딸이자, 애제자로 춤꾼의 삶에 탄탄대로가 보장된 금수저(?)였으니 필자의 선입견이 지나친 기우는 아니었으리라.

 

춤…내 인생의 길잡이요, 삶의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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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쌀한 바람이 시나브로 옷깃을 파고들던 날, 그녀의 연습실을 찾았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삼삼오오 모여 드는 수강생들을 보며, 그녀의 명성이 거짓은 아니었음을 짐작했다.
백은희 감독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살풀이 이수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무용을 시작했다. 그녀의 나이 3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춤사위를 익히기 시작했다니, 고희자 선생의 조기교육(?) 의지와 인재를 알아보는 혜안(慧眼)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머니 영향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지만 춤은 내 인생의 길잡이요, 나를 지탱시키는 버팀목 이었다”고 말하는 백 감독을 보며, 문득 그녀가 생각하는 ‘전통’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무턱대고 옛 것을 재현하는 일이 ‘전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통의 맥을 잇는 다는 건 날 것 그대로의 답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 인생의 가장 큰 숙제는 옛 것을 지켜내며, 현대에 맞게 복원해 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전통 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함이 많아 걱정이다”는 말로 겸손을 드러낸다.

 

춤…감정과 마음 전하는 원초적 대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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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후광, 자신이 쌓은 스펙과 경력, 탄탄한 학벌만으로도 편안함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텐데, 매 순간 스스로를 자극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범인들과 다른 ‘장인’의 근성이 느껴졌다. 옛 것을 지켜낸다는 건 예술가나 학자들만의 일이 아니라고 백 감독은 말한다. 특히 신체적 표현은 언어적 표현에 비해 더욱 강렬하고 현장감 있는 의사소통 방법임을 강조한다. 때문에 백 감독이 말하는 ‘춤’은 단순히 예술적 가치의 산물이 아닌 ‘삶의 표현’이며, 감정과 마음을 전하는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방법’이다.
백 감독은 우리의 춤사위 속에 옛 사람들의 지혜와 삶을 살아내기 위한 방법의 원형적 본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춤은 예술적 화려함이나 볼거리 제공을 목적으로 생겨난 서양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삶의 희·노·애·락을 춤과 노래로 표현해 왔다. 고된 농사일도 춤과 노래로 이겨냈고, 서러운 시집살이도 춤과 노래로 견뎌왔다. 어디 그뿐인가. 현존하는 서사무가나 신화 등에서도 춤사위를 활용한 제의 행위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그러니 ‘춤은 삶이요, 일상의 움직임 하나까지도 춤일 수 있다’는 백 감독의 말이 허황된 괴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춤…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숨 쉬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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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디지털 문화가 만연된 이때,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표현되는 ‘춤’이라는 장르가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질 수 있지 않느냐는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모든 분야에서 ‘융합’을 내세우고 있다. 융합도, 디지털도 인간이 살아가는데 배제할 수 없는 현대의 산물임에는 틀림없다”는 말을 시작으로 “우리 춤도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무용에는 한국인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무엇’이 틀림없이 존재한다. 나는 그 것을 지키고 싶다. 춤을 추는 동안 나는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 한다. 관객들 또한 그럴 것이다”며 춤의 감동이 기계로 대체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이어 “그러나 다양한 장르와의 콜라보(collaboration)를 위한 실험은 계속할 것이다”라며, “시대가 변하고 생각이 변했다. 과거에는 먹고 사는 일, 남편이나 자식, 고부관계 따위의 생존 불화가 한(恨)이 되었지만 지금은 이상과 비전, 명예, 사랑 등 다양한 형태의 ‘한’이 존재하지 않는가. 그러니 살풀이 방법도 다양한 양상으로 표현돼야 한다”고 말한다.

 

춤…예술이 주는 재미 이상의 것 품은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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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발상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만나본 많은 ‘예인(藝人)’들에게서는 들을 수 없었던 말이다. ‘한을 푼다’는 기본적 모티브는 지켜내면서 현대인들의 다양한 표현 방식은 접목 시키려 한다는 말을 듣고 그녀의 안무가 흔히들 말하는 ‘퓨전’의 단순함을 넘어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그녀의 춤에 환호하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사실, 비극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은 이야기 원래의 것, 그 원형적인 것을 깊이 침잠(沈潛)해서 공급하고 가공하는 일이다. 다양하고 다층적인 형태,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그런 소재를 통해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백 감독은 일찍이 그 것을 터득하고 예술이 주는 재미 이상의 속살, 그 심층에서 움직이고 있는 원천을 춤사위로 표현해 낼 줄 아는 몇 안 되는 춤꾼이다.

 

춤…전통과 원칙을 잇게 하는 나의 자존심

 

백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애초 예상했던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겼다. 끝으로 그녀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이제는 고희자의 딸이 아닌 무용가 백은희, 지도자 백은희로 당당하게 서고 싶다. 그러나 어머니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어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스승이요, 존경하는 춤꾼이다”라며, “어차피 고희자의 딸이라는 수식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일, 어머니로부터 배운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과 원칙을 기반으로 한 창작무용 개발 연구에 힘쓰고 싶다”는 다짐을 보인다.

현대를 일컬어 ‘상실의 시대’라고 말한다. 때문에 전통을 잇는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이 워낙 빠르게 변하다보니 그 흐름에 재빠르게 올라타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금방 휩쓸리게 된다. 하나의 가치를 꾸준히 지켜내는 백 감독과 같은 사람들은 어쩌면 시대에 뒤처지거나 어리석은 사람으로 폄하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유행은 돌고 도는 것, 온전히 똑 같은 양식이 아니더라도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전통의 개량과 소통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물론, 그녀가 소중히 생각하는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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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용 기자 bylee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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